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0여 년간 추진해 온 '사회적 가치' 실험이 사회적 기업의 영역을 넘어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핵심 의제로 확장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12일 오전 열린 첫 세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은 사회적가치연구원과 함께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첫 '에코시스템 리더십 익스체인지(ELE)'를 개최한다. SEWF는 2008년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 플랫폼으로,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의 첫 개최지이자 학습 대상으로 한국을 선정했다. 스코틀랜드 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15개국 19개 기관의 리더들이 참석해 한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와 정책, 금융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SEWF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분석한 공동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완성된 성공 모델이 아닌 새로운 정책과 시장 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는 '살아있는 실험실'로 정의했다. 참가자들은 나흘간 국회와 공공기관, 기업 등을 방문하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구축한 사회혁신 지원 체계를 직접 확인한다.
최 회장은 12일 오전 열린 첫 세션 연설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가치 여정과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최 회장은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개념을 처음 제안한 이후, 2015년부터 SK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하고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실험을 지속해 왔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세계경제포럼(WEF) 슈왑재단과 사회적가치연구원은 공동 보고서 '임팩트 이코노미: 공시를 수요로 전환하기'를 발간했다. 최 회장은 공동 서문에서 "사회적 가치가 실제 경제적 가치와 자원 배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시장의 규칙과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실패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시스템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EWF 단체사진.
보고서는 사회적 가치에 실질적인 자본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로 '임팩트 패러독스'를 지목했다. 혜택은 다수가 누리지만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경제적 효과, 단기적인 기업 의사결정 구조 등이 장애물로 꼽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긍정적인 사회·환경적 성과가 시장과 금융 시스템을 통해 보상받는 '임팩트 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SK의 SPC를 주요 사례로 소개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12일부터 18일까지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연차총회에서도 주요 사례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는 한국에서 시작된 사회적 가치 측정과 보상 실험이 글로벌 금융 기구의 주요 의제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게리 히긴스 SEWF 대표는 한국의 생태계가 정부와 민간, 비영리 조직이 각자의 방법론을 투입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사회문제 해결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경제적 자원 소모가 아니라 성장의 마이너스 요인을 줄이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선한 의지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성과와 경제적 성과를 연결하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