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연합)
국내 증시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거센 동반 매도세에 짓눌리며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기록했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금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코스피 지수는 5,550선까지 후퇴했으며, 코스닥 지수 역시 3% 넘게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미 국채 금리 변동성, 반도체 업황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이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시장 전체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운 모습이다.
10월 20일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KOSPI)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5.27포인트(3.73%) 급락한 5,552.7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전장보다 내린 5,493.24로 개장한 이후, 장 초반부터 유입된 대규모 매도 물량에 밀려 한때 5,500선마저 위협받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오후 들어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며 장중 저점 대비 낙폭을 살짝 줄이기는 했으나, 외인과 기관의 강력한 동반 매도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KOSDAQ) 지수 역시 대형 기술주와 2차전지,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이 일제히 약세를 보인 여파로 전 거래일 대비 26.92포인트(3.33%) 내린 781.9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장 시작과 함께 외국인의 매도세가 확대되며 지수를 짓눌렀고, 장중 단 한 차례도 상승 전환을 시도하지 못한 채 무기력한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며칠간 연이어 발생한 단기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의 탈출 기조가 가속화된 데다, 국내 기관마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중 축소에 나서면서 지수 낙폭이 확대되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과 기관, 장 초반부터 동반 투매
이날 증시 하락을 주도한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장 초반부터 매도 우위로 시작한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투매 양상을 보이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KOSPI)에서 외국인은 5천33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도 지수 하방 압력을 더했다. 이날 기관은 1조48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으며, 기관 중에선 사모(-4천581억원)와 금융투자(-2천896억원), 투신(-2천510억원), 연기금 등(-553억원)의 순매도가 두드러졌다.
반면, 개인은 8천982억원을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기타법인도 6천36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지탱하려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171억원 사들였고 기관과 개인이 각각 1639억원, 673억원 팔아치웠다. 특히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중소형 성장주와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 폭격이 이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약세로 지수 전체가 크게 휘청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대장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수 전체가 크게 휘청였다. 이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에는 일제히 파란불이 켜졌다. 글로벌 반도체 투자 심리 약화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경계감이 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500원(2.98%) 하락한 21만 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208,750원까지 밀리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으며,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며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4.23% 하락한 122만 3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7.36%까지 낙폭을 키워 118만 3000원까지 내려앉았고, SK하이닉스가 장중 120만원대를 밑돈 건 미국의 이란 침공 이후 급락했던 증시가 반등하던 지난 4월 21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 POSCO홀딩스 등 2차전지주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와 테슬라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감 속에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2차전지 대형주들은 2~4% 내외의 낙폭을 기록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차 및 기아는 자동차 수출 데이터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와 외국인 이탈로 인해 각각 4%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다.
KB금융, 신한지주 등 금융주는 증시 변동성 확대와 금리 하향 안정화 기조 속에 이익 모멘텀 약화 우려가 제기되며 1~3% 수준에서 전반적으로 하락 마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대형 제약·바이오주 역시 외국인 순매도 여파로 약보합 내지 강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대거 하락으로 인해 얼어붙은 투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에서는 HLB(0.12%)를 제외한 9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에코프로비엠 및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소재 대표주인 에코프로그룹주는 전장 대비 7~9%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코스닥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알테오젠, HLB 등 제약·바이오 대형주들은 임상 결과 발표 및 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경계감이 크게 작용하며 장중 내내 매도 우위를 보였고, 결국 2~4% 내외의 낙폭을 보였다.
반도체장비 및 로봇주인 주성엔지니어링(-5.44%)·레인보우로보틱스(1.72%)·이오테크닉스(-3.77%)·리노공업(-2.74%)·원익IPS(-4.88%) 등도 내렸다.
Classys(클래시스), 펄어비스 등 소비재·게임주 등 최근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냈던 미용기기 및 엔터·게임 관련주들도 증시 전체의 수급 악화 악재를 피하지 못하고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 1,320원~1,330원대 사이에서 형성되며 안정세
증시 폭락 속에서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국내 증시 급락,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도 등 환율 상승 요인이 겹쳤음에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국내 증시가 3% 넘게 급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1조 원대 순매도에 나섰지만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8.1원으로 하락하며 연저점을 또 경신했다.
전날 1330.3원으로 지난 16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1331.4원)를 낮춘 데 이어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한 것이다. 장중에는 1325.4원까지 내리며 저점 역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상존했으나, 당국의 시장 안정화 의지와 함께 글로벌 달러화 지수(DXY)의 추가 상승이 제한되면서 환율은 1,320원선 후반에서 안정을 모색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내 국채 금리는 증시 유동성 이탈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일부 교차하면서 단기물과 장기물 간 명암이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국내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널뛰기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로벌 주요 국들의 통화정책 향방,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 그리고 다가오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결과가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키가 될 전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현·선물 매매 동향이 시장 전체를 좌우하는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며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 가능성은 열려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핵심 반도체 주가의 안정이 선행되어야 진정한 지수 반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당분간은 공격적인 저가 매수보다는 환율 변동성과 외국인 수급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보수적인 투자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